

" 보고 싶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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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 장례지도사
비센테 캐스퍼 바그너
Vicente Kaspar Wagner
M
Ásgarðr
35
183cm/78kg

@commissionit


까탈스러운 / 거리를 두는 / 열등감이 있는 / 욱하는

1. 인생사
장의사는 가업이다. 그의 가족은 대대로 스페인의 작은 도시와 조금 떨어진 곳에 살아왔다. 언제나 넉넉하지는 않았던 그의 집안은 오히려 세상이 혼란스러워지면서 사정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날 일을 배우던 아버지가 실수로 시체를 훼손했다. 거기까지는 아주 가끔 있던 일이었지만, 하필이면 그 시체가 시장의 사위 것이었던 게 문제였다. 어마어마한 배상금을 물게 된 아버지는 장인과 아내, 아주 어렸던 비센테를 두고 도망쳤다. 그리고 그때부터 비센테의 할아버지와 어머니는 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일해야 했다. 비센테는 어렸기 때문에 일을 하는 대신 학교에 다녔다. 첫 해는 괜찮았지만 다음 해에는 같은 반에 할아버지가 염했던 사람의 아이가 배정되었다. 그 후로는 쭉 친구가 없었다.
열다섯의 비센테는 조금이라도 어릴 때 데이터를 백업해서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싶어했다. 할아버지와 어머니는 일이 밀려 있어 이틀은 가기 어려웠기 때문에, 비센테는 먼저 백업하고 올 테니 내일은 저녁을 알아서 차려드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틀이 지나도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할아버지와 어머니는 생각했다. 이 재수없는 집안에서 그렇게까지 벗어나고 싶어했다면, 데이터를 백업해 같이 사는 것이 과연 행복한 일일까? 부녀는 결국 데이터를 백업하지 않은 채 9년 간 더 일하며 돈을 벌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몇십 년을 갚아왔던 빚을 청산하자 곧바로 몸이 악화되었고, 시름시름 앓다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2181년에 지친 모습으로 열다섯의 비센테와 만나게 되었다. 비센테는 할아버지의 나이를 묻고는 입을 꾹 다물었다. 도시에서 성공한 사업가가 되었다면 아마 그는 돌아왔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러니 그에게는 없는 시간을 알게 된다면 한 줌 남은 양심도 바스라질 것이 뻔했다. 딱히 좋은 일도 아니니 할아버지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 것 아닌가.
비센테는 고등학교까지는 다녔지만 일을 배우느라 공부할 시간은 많이 없었다. 새로운 세상에서도 이러는 게 지긋지긋하기는 했지만 할아버지가 오래 살 것 같지는 않아서 그냥 있었다. 게다가 달리 할 줄 아는 일도 없었다. 알론소 씨가 2184년에 초라하게 눈을 감은 뒤, 열아홉의 비센테는 세간을 싹 팔아버리고 유행은 지났지만 꽤나 깔끔한 정장 한 벌을 사서 아스가르드로 향했다.
젊은이의 패기넘치는 생각과는 다르게, 첫 일을 받은 건 거의 기적에 가까웠다. 그것도 동생이 형을 죽인 일이 아니었더라면 받지 못했을 것이었다. 입막음으로 두둑이 챙겼으니 그에게도 잘된 일이었다. 비센테는 내친 김에 동생을 설득했다. 여기에 조금만 더 쓰시면 누가 의심하겠습니까. 장례식에 금칠을 하고 나니 다음 일을 받는 건 좀 더 쉬웠다. 비센테는 생각보다 빨리 제 회사를 차렸다. 입소문이 제법 났기 때문이다. 가격은 훨씬 올랐는데 고객은 늘었다. 아주 드문 일이지만 사고사로 위장한 일도 받긴 받았다. 기존 가격의 열 배는 받아내니 그에게 손해인 일은 아니었다.
2. 화가
스물하나의 비센테는 공부가 하고 싶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콧대 높은 상류층도 그를 무시하지 않을 정도의 교양을 쌓고 싶었다. 무얼 배우면 좋을까? 그리고 그를 사로잡은 것은 강렬한 생명력이 돋보이는, 뜨거운 색채의 그림 한 점이었다. 이제 막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화가의 그림 한 점을 구입한 그는 이 일을 계기로 그 화가와 친분을 쌓게 되었다. 가끔 너무 마음에 드는 작품이 그녀의 손에서 탄생하면 비센테는 공개를 미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녀 또한 미술에 대한 지식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비센테를 제법 좋아했기 때문에 둘은 시간이 날 때마다 만남을 가졌다. 그녀가 고층 건물에서 추락사하지 않았더라면 계속 그랬을 것이다. 비센테는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그림 한 점을 대가로 받고 장례를 주관해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그림은 두 점을 제외하고 모두 팔아버렸다.
3. 이름
원래 이름은 독일계 미국인인 아버지의 중간이름과 성을 따랐지만,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어머니의 애칭을 중간이름으로 쓰고 성도 그녀의 것을 따랐다. 그게 예의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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